
오랜만에 밤늦게 라멘을 먹으러 갔다 왔다.
애기가 생긴 이후로는 밤에 외식은 거의 꿈도 못 꾸는데 갑자기 조금의 시간이 생겨서 급하게 왔다.
원래는 좀 다른 지역으로 갈까 싶었는데 시간이 급박해서 집에서 가까운 후쿠야로 정했다.
그렇다고 대충 정한 건 절대 아니고 맛보증된 라멘점이니 안심해도 좋다.
돈코츠 라멘이라고 하면 한국인들은 보통 이치란이나 잇푸도를 떠올리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점포도 많거니와 맛도 호불호가 적기 때문이다.
물론 이치란의 경우 가게 내부가 재밌는 것도 한몫할 테지만.
하지만 돈코츠 라멘의 본고장인 후쿠오카 출신 사람들한테 이치란이나 잇푸도 어떻냐고 물어보면 돈코츠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회사에도 후쿠오카 출신의 후배가 있었는데 그 친구도 같은 대답이었다.
맛없냐고 물어보니 맛은 있는데 돈코츠는 아니다 라고 열변을 했다.
짐작건대 일본에서 파는 김치가 한국 김치보다(또는 한국 김치만큼) 외국인들한테 더 유명할 때 한국인이 느낄 감정 일려나?
맛은 있는데 그게 찐 김치라고 믿으면 뭔가 속상하고 화도 나는...?

입구 옆면에 아래와 같은 설명이 있다.
돈코츠라멘 발생지 「구루메」에서 장기간에 걸쳐 계승된 순 돈코츠 수프는, 구루메 돈코츠 특유의 제법으로 돈코츠만을 삶습니다. 하카타라멘과는 다르게 진한 향과 반대로 깔끔하고 깊은 맛은 중독이 돼서 식욕을 돋아 줍니다. 구루메라멘 전통의 「카리카리」는 지금은 수고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구루메에서도 희귀해졌습니다. 후쿠야에서는 전통을 지켜 핸드메이드로 돼지 등기름으로부터 손수 라드를 만들어, 그리운 「카리카리」를 충실히 계승하고 있습니다. 면은 수프에 어울리게 매일 연구하여 쫄깃함이 있는, 밀가루 맛이 나지 않는 저가수면이기 때문에 카에다마가 인기입니다.
카리카리 : 딱딱한 모양, 아삭아삭, 바삭바삭 등등... 여기서는 튀긴 돼지 등기름을 뜻한다.
# 가는 방법 / 영업시간
미나미 코시가야역 남쪽 출구에서 걸어서 2분, 신코시가야역 동쪽출구에서 걸어서 2분 거리로 접근성이 굉장히 좋다.
카드(AMEX, JCB), QR코드(PayPay, d払い)도 가능한데 그냥 현금을 챙기는 게 맘 편하다.
주소 | 〒343-0845 Saitama, Koshigaya, Minamikoshigaya, 1 Chome−17−8 森林第3ビル 1階 |
영업시간 | [월~목] 11:30 ~ 03:30 / [금,토] 11:30 ~ 04:00 / [일] 11:30 ~ 10:00 ※ 사이트마다 달라서 부정확 |
정기휴일 | 없음 |
지불 방법 | 카드, QR코드, 현금 |
좌석 | 카운터 12석 |
참고 사이트 | https://tabelog.com/saitama/A1102/A110203/11033200/ |
참고로 한국대사관이 있는 도쿄 아자부주방에도 점포가 있다.
# 가게 규칙
만석일 때는 밖에서 기다렸다가 직원이 부르면 안내해 주는 자리에 앉으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따로 안내해주지 않는다.
그냥 들어가서 빈자리에 앉아서 주문하면 된다.
# 메뉴 / 가격

라멘 메뉴
돈코츠 구루메 라멘 | 차슈멘 | 네기차슈멘 |
후쿠야 카라카 라멘 | 한쥬쿠아지츠케타마고 라멘 | 네기라멘 |
젠부노세 라멘 | 완탕멘 | 완탕수프 |
콜라겐 라멘 | 돈코츠 수프 |
네기 : 파
카라카 라멘: 매운 라멘
한쥬쿠아지츠케타마고 : 간이 밴 반숙계란(아지타마라고도 함)
젠부노세 : 토핑 다 올린
토핑 메뉴(좌측 아래)
카리카리 |
네기, 노리, 한쥬쿠아지츠케타마고, 키쿠라게, 호사키 멘마, 콜라겐 |
차슈, 멘타이코, 완탕 |
노리 : 김
키쿠라게 : 목이버섯
호사키 멘마 : 끝 부분의 부드러운 부분만을 세로로 자른 죽순
멘타이코 : 명란
면의 익힘 정도(우측 아래)
코나오토시 : 밀가루를 털어내는 정도.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갔다 뺀 정도. |
하리가네 : 면 삶는 시간 10초 정도. |
바리카타 : 면 삶는 시간 15 ~ 20초 정도. |
카타 : 면 삶는 시간 20 ~ 45초 정도. |
후츠 : 면 삶는 시간 45 ~ 75초 정도. 보통. |
야와 : 면 삶는 시간 70 ~ 100초 정도. |

히토쿠치 교자 | 히토쿠치 스이교자 |
차슈고항 | 멘타이코 고항 |
우마카고항(시로메시) | 멘타이코 고항 소 |
우마카고항 소 | 야키메시 |
멘타이코 무스비 | 야키메시 반 |
시오 무스비 | |
카에다마 |
히토쿠치 : 한입
우마카 : 맛있다는 뜻의 우마이에서 온 듯.(잘 모름)
시로메시 : 흰밥
무스비 : 동사 무스브(매다, 짓다)의 명사형태
시오 : 소금
카에다마 : 면 추가
스이교자 : 물만두
야키메시 : 볶음밥

평일 11:30 ~ 18:00 사이에는 우마카고항(시로메시), 우마카고항 소, 카에다마 셋 중 하나를 무료로 제공해 준다.
# 좌석

좌석에 이것저것 굉장히 많다.
나열하자면 젓가락, 백후추, 후추, 앞접시, 각종 조미료, 반찬, 물, 물컵, 티슈, 물티슈, 손세정제 등등..
조미료는 쇼유, 고추기름, 라멘타레, 깨, 시치미, 고춧가루, 식초, 마늘.
반찬은 味付けもやし(아지츠케 모야시), 辛子高菜(카라시타카나), 紅生姜(베니쇼가).
味付けもやし(아지츠케 모야시) : 숙주무침
辛子高菜(카라시타카나) : 매운 갓무침
紅生姜(베니쇼가) : 홍생강, 우메보시 만들고 남은 국물에 담가 절인 생강
# 돈코츠 구루메 라멘(とんこつ久留米ラーメン) x 카에다마(替玉)

주문하고 나서 1분 만에 라멘이 나왔다.
테이블 위에 조미료나 반찬 등등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는데 너무 빨리 나와서 깜짝 놀랐다.
돼지기름이 둥둥 떠있는 돈코츠 수프에 바리카타로 주문한 면, 적당한 사이즈의 차슈 2장, 파, 그리고 이 라멘의 포인트인 카리카리.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는 돈코츠 수프.
이치란이나 잇푸도의 돈코츠 라멘을 생각하고 가면 충격 먹을 수도 있다.
근데 또 이 맛을 아는 사람에게는 이 꼬릿꼬릿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에 참을 수가 없다.
구루메 라멘이라고 하더라도 발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어서 종류가 많은데 크게 こってり系(콧테리 계열)과 あっさり系(앗사리 계열)로 나뉘는데 가게 설명대로 여기는 앗사리 계열인 것 같다.
こってり系(콧테리 계열) : 진한 수프 계열
あっさり系(앗사리 계열) : 담백한 수프 계열
그리고 카리카리.
고소한 냄새가 나면서도 독특한 감칠맛이 나는 게 굉장히 맛있다.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으면 토핑으로 주문했을 텐데.
미리 검색해 보고 갈걸...

적당한 사이즈의 적당한 두께의 비계가 많은 차슈.
살짝 오버해서 입안에서 금방 녹을 듯한 부드러운 식감에 단맛도 나는 게 굉장히 맛있다.

두꺼운 면을 선호하는 나는 이런 얇은 면을 먹을 땐 무조건 바리카타로 주문한다.
먹는 동안 면이 카타로 변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후츠가 되기 때문에 3단 味変(아지헨)을 즐길 수가 있다.
味変(아지헨) : 맛 변화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바로 카에다마 주문.(물론 바리카타로)
종업원이 접시에 면을 가져와서 돈부리에 넣어준다.
이번에는 아지츠케 모야시랑 카라시타카나, 마늘, 그리고 깨를 갈아 넣어서 아지헨.
중간에 후추 뿌려서 한번 더 아지헨.
진짜 인간적으로 너무 맛있다.
무조건 이 패턴으로 먹는 걸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베니쇼가는 돈코츠 수프랑 어울린다기보다는 방해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느껴서 넣지 않았다.

맛있게 클리어.
# 총평

관동 지방에서 본고장 맛에 가까운 돈코츠를 먹고 싶은 사람에게 강추다.
여기보다 더 꼬릿꼬릿하고 찐한 콧테리 계열의 수프를 원하는 사람에겐 살짝 아쉬울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 외에는 다 만족할 맛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양이 너무 적다.
이건 이 가게만 그런 게 아니라 돈코츠 라멘집 대부분이 그런 거긴 하지만.
그래서 카에다마를 주문하는건데 160엔은 좀 너무 비싼거 같다.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의 여파인지 모르겠지만...
점심시간에 가서 무료 카에다마 + 유료 카에다마를 먹어야 하나.